모트

동물들이 지능을 얻어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킨 세상.
애완고양이에서 전쟁 영웅이 된 고양이!
'동물들의 몸집이 크게 변화하고 지능이 발달하여 인간처럼 걷고 말하기 시작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로버트 레피노 저/2017년 01월/464p/14,800원

동물들이 지능을 얻어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킨 세상.
애완고양이에서 전쟁 영웅이 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 소설 <모트>.

동물들은 자신들을 일깨운 개미여왕의 지휘 아래,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노예 생활을 끝내기 위하여 마침내 `이름 없는 전쟁`을 선포한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간처럼 서서 걷게 되고 말을 하며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된 동물들 앞에서 인간 세력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간다. 동물들은 바라던 자유를 얻은 듯 보이지만 여전히 통제하에 갇힌 채 자신들이 혐오하던 인간들의 행동을 답습하기에 이른다.

황폐한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각자의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트와 동물들,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들에 대한 묘사는 다소 냉소적이다. 그러나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작가는 특유의 위트와 희망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더불어 <모트>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SF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나 그렇지 않은 독자 모두 내용에 쉽게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애완동물이었던 고양이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모트>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사랑이 어떤 것인지 묻고 있다. 책장을 덮고 모트와 함께한 긴 여정을 끝마치는 순간, 독자들은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동물들의 몸집이 크게 변화하고 지능이 발달하여 인간처럼 걷고 말하기 시작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모트』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법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상상으로만 그치곤 했던 의문들을 발전시켜 하나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 낸 것이다.

그러나 『모트』는 단순히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 동물들의 이야기’라는 동화적 흥미거리 자체에만 의지하지는 않는다. 집고양이였던 세바스찬이 변화가 시작된 후 어지러운 세계로 내팽개쳐져 겪는 여정은 놀라우리만큼 현실적이다. 동물들의 호르몬 변화와 인간과의 전쟁 선포라는 SF적 요소가 가미되긴 했으나 이야기의 배경은 완전히 새로운 가상의 세계가 아닌, 현재와 다를 바 없는 보통 세상이기 때문이다. 황폐화된 도시에서 떠돌다가 고양이 부대의 일원이 되고, 옛 이름을 버린 후 죽음을 의미하는 단어인 ‘모트’로 개명하여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동안 모트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은 그 역할의 주체를 동물로 교체시켜 놓은 것 뿐, 마치 거울로 비춰보는 것처럼 인간 사회와 닮아 있다.

[이솝 이야기]로부터 최근의 [주토피아]에 이르기까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동물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 중심적 사고를 꼬집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꾸준히 계속되어왔다. 언뜻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할 만큼 냉소적인 면을 보이면서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소설 『모트』는 현대의 새로운 SF우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 속으로]

세바스찬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보다 키가 더 컸고, 털 아래는 모두 근육이었다. 팔다리는 길고 가늘었다. 앞발은 이제 손과 같은 기능을 했다. — p.35

 

“제대로 된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모트가 말했다.
“삭스의 말로는 우리가 치료법을 찾아내는 데 거의 근접했다는데.”
“EMSAH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어요. 저들 모두가 말입니다. 우린 지금 인간처럼 변해 가고 있어요.”
모트가 말했다.
컬드삭은 불합리한 추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난 어째서 저들이 스스로를 건물 안에 가둔 건지 알고 싶습니다.”
모트가 말했다.
“저들은 자진해서 격리된 거야. 영웅이지. 우린 저들을 명예롭게 기억해야 해.”
“아뇨. 저 질병은 저들이 최악의 모습을 보이게 만들었어요. 단상 위에 있던 개는 저들이 죽어가는 동안 일종의 격려 연설 같은 걸 했죠. 그게 아니라면 바로 그 개가 저들을 회관 안에 가뒀을 거고요.”
“그건 모르는 일이잖아.”
티베리우스가 끼어들었다.
“그럼 뭘 기대한 건가? 성대한 파티? 저들은 죽어가고 있었어.”
컬드삭이 말했다.
“여우 한 마리가 목에 사슬을 달고 있었어요. 마치 동물처럼 말예요.”
모트의 말에 컬드삭이 모트가 있는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무슨 일인지 제대로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모트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죽은 새끼여우의 모습에 사로잡혀 있었다.
컬드삭이 그를 후려쳤다. 고개가 티베리우스 쪽으로 완전히 돌아갈 정도였다. 모트는 다시 고개를 바로 돌렸다. 만일 컬드삭이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지 않았다면, 모트는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로 티베리우스의 발밑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 순간 모트의 안에서 온갖 것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시바, 대니얼, 햇살이 내리쬐는 양탄자, 낑낑거리며 울던 강아지를 담은 양동이. 아무 이유 없이 시바의 이름을 불렀던 일. 상황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로 없었는지에 대한 끝없는 자문. 어째서 그는 살아있고 시바는 떠났는지에 대한 의문. 어째서 다른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쉽게 극복하는데, 왜 그만은 잊을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
티베리우스만 해도 자신의 과거를 어깨 한 번 으쓱하는 것으로, 혹은 술자리나 카드 게임 자리에서 하는 농담처럼 그냥 웃어넘길 수 있었다. 컬드삭의 경우에는 자신의 과거를 자신의 용기와 무자비함의 토대이자 명예의 훈장쯤으로 여겼다. 반면 모트에게 있어 과거는 나쁜 추억과 후회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옛 기억에 짓눌렸고, 그 여파가 현재까지 오염시키고 있었다. 마치 그가 인간이기라도 한 것처럼. — p.116~118

로버트 레피노 저

로버트 레피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성장해 평화봉사단(Peace Corps)에서 일했으며, 에머슨 칼리지의 소설 창작 과정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리터러리 리뷰」,「나이트 트레인」,「호바트」,「코첼라 리뷰」등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옥스퍼드 유니버시티 프레스(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출판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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