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2033 유니버스: 지하의 노래(하)

<메트로 2033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답고도 잔혹한 페테르부르그 메트로에 울려 퍼지는 장대한 오디세이아.
메트로 2033 유니버스, 그 세 번째 이야기!

 
 
쉬문 브로첵 저/2016년 01월/336p/10,000원

메트로 2033 유니버스, 그 세 번째 이야기

바실리섬 역의 수색대장 이반은 격렬한 전쟁과 교활한 음모를 뚫고 겨우 살아남는다. 복수를 다짐한 그는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위험이 도사린 페테르부르그 메트로는 이반의 앞길을 번번이 가로막는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존재까지 그를 뒤쫓는다. 이반은 과연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전쟁이 임박한 지금, 페테르부르그 메트로의 미래는 이반의 손에 달려 있다.

<메트로 2033 유니버스>는 『메트로 2033』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핵전쟁 후 폐허가 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여러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설 시리즈다. 소설과 게임으로 확장된 이 매력적인 세계관은 새로운 작가들에게 끝없는 영감을 제공하며 그 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출판사 리뷰]

<메트로 2033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답고도 잔혹한 페테르부르그 메트로에 울려 퍼지는 장대한 오디세이아.

정체불명의 노인을 만나며 죽을 고비를 넘긴 이반. 그는 이반이 원자력발전소로 가야 한다는 노인의 말을 뒤로 한 채 복수를 향한 여정에 오른다. 그 여정에서 이반이 마주한 것은 물이 들어차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메트로의 수상도시, 메트로 곳곳으로 울려 퍼지는 카스트라토들의 노랫소리, 지하에서도 계속되는 서커스단의 곡예, 핀란드만을 따라 힘겹게 움직이는 낡은 잠수함, 그리고 아직도 작동하는 거대한 원자력발전소였다. 이반은 여로에서 옛 동료들과 만나면서 운명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는 여정을 통해 음모와 배신, 방사능의 위협 속에서도 실낱같은 인간성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메트로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반은 복수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장애를 헤쳐 나가지만, 가는 곳마다 위험이 도사린 페테르부르그 메트로는 이반의 앞길을 번번이 가로막는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존재까지 그를 뒤쫓는다. 아름답고도 잔혹한 페테르부르그 메트로에 울려 퍼지는 장대한 오디세이아가 다시 시작된다.

페테르부르그는 표트르 대제가 1703년 건립한 이래 제정 러시아의 오랜 수도이자 당시 러시아에서 가장 근대적인 도시로 손꼽혔다. 1924년 레닌 사후에 레닌그라드로 명칭이 바뀌었고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다시 상트페테르부르그로 불린다. 파란만장한 러시아 근대사의 한복판에 선 이 도시는, 끊임없이 확장을 거듭하는 <메트로 2033 유니버스>의 주 무대가 되었다. 구소련 시기에 세워지고 증축된 페테르부르그 메트로는 핵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생존자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었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지상에서 벌였던 잔혹한 전쟁을 또 다시 반복한다.

저자 쉬문 브로첵은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극적인 사건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직시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하의 노래』는 빠르고 흥미진진한 전개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포개지면서 <메트로 2033 유니버스>의 세계를 더욱 확장시키는 작품이다. 소설은 싱어송라이터 톰 웨이츠의 블루스를 배경으로 암울하면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핵전쟁 이후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책 속으로]

란차는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전에 헤드랜턴이 달린 헬멧과 낡은 축전지를 건네주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요. 여러분의 물건입니다. 무기는 돌려받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며 란차는 어깨에 메고 있던 칼라슈니코프를 내밀었다. 이반 일행이 장님들에게서 빼앗은 총이었다.
“그 안에는 총알을 열여덟 개 넣어두었습니다. 더 구하고 싶었지만 그 이상은 어렵더군요.”
“괜찮아요.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닌걸요.” 하고 이반이 말했다.
“축전지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어요. 제 머릿속에 전기공학 책들을 봤던 기억이 선명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도 책장을 넘겨보지 않았거든요.”
이반은 그의 농담에 소리 내어 웃었다.
우버퓨러가 천천히 다가왔다. 지루한 오페라를 듣느라 지친 모습이었다.
“잘 가요, 우버퓨러.” 란차는 ‘천사’ 특유의 고음을 내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우버퓨러는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 조심스럽게 악수를 했다. 란차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우버퓨러는 점점 더 세게 손을 움켜쥐었다.
란차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여전히 웃음기를 잃지 않았다.
“역시 남자로군요. 존경스럽소. 감사했습니다.” 우버퓨러가 빨개진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마침내 그들은 작별인사를 마쳤다. 그때 우버퓨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우리를 위해 노래해주지 않겠소? 오페라 말고 좀 더 쉬운 노래로 부탁해요.”
“안 될 것 없죠.” 란차는 환하게 웃었다.
“젊은 날의 4월, 오래된 공원에 쌓였던 눈이 녹아 내리고…….” 란차가 노래를 시작했다.
그의 노래는 마치 어린아이와 여자가 함께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사방으로 메아리쳤다. 흡사 소년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같았다.
“그네가 흔들거리고.” 란차는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이반과 그의 동료들은 란차의 노래를 들으며 초르나야 레치카 역으로 향하는 터널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맑고 강인했다. 마치 크리스탈처럼…….

저 멀리서 망령이 머리를 치켜들고 노랫소리를 듣고 있었다. 회색 망령은 서서히 자리를 옮기며 얼굴을 찌푸렸다. 망령은 감정표현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고음의 노랫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고음은 세상을 왜곡하고 앞을 볼 수 없도록 한다. 복잡하게 얽힌 터널은 망령에게 혈관처럼 느껴졌다. 회색 망령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가 단번에 얼마나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는지 안다면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렇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나면 한동안 숨쉬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망령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망령은 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았다. 그가 보는 세상은 방사능이 가득하고, 인간과 모든 생명체는 자신들의 방사능 수치를 냄새로 알려주었다.
방사능의 형광으로 가득한 세상, 여기저기 갈라진 세상이었다.
회색 망령은 뭔가 불안한 낌새를 느꼈다. 그가 쫓는 자는 육감이 뛰어났고, 수상한 낌새를 눈치챌 만큼 신중했다.
망령은 그가 쫓는 자와 대면할 순간이 얼마나 중요할지 예감했다. 번개가 치는 것처럼 파란 불꽃이 일어나고 오존 냄새가 날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식사가 될 것이다. — pp.104-106

쉬문 브로첵 저

쉬문 브로첵

쉬문 브로첵의 『지하의 노래』는 『메트로 2033』의 저자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로부터 “여태껏 독자가 상상하지 못했던 페테르부르그를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주었으며, 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그는 2006년 출간된 옴니버스 소설 『중사에게는 아무도 전화를 걸지 않았다』로 황금지팡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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