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헤이즐

황궁에서 버려진 13번째 황녀 헤이즐.
먼 오지에 버려진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갑작스레 남편이 생겨버리고 마는데…….

“……칼립소 폰 맹어라고 합니다.”

짧은 자기소개와 함께 성마른 눈이 갈급하게 헤이즐을 훑었다.

“헤이즐, 헤이즐 하이델베틴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보낸 편지는 받았겠지요. 이제부터 내가 당신의 남편입니다.”

헤이즐 쪽으로 한 걸음 성큼 다가서며 칼립소가 말했다.

“알, 알고 있어요.”

백년전쟁의 영웅.
‘백은의 사슴’이라 불리는 칼립소는 그날 작고 깡마른 헤이즐을 아내로 맞이했다.

* * *

그러나 순수하고 영민한 헤이즐에게 점점 마음이 향하는 칼립소.
그저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던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게 된다.

“결혼식이 하고 싶어?”

몸이 휘청이는 걸 느끼자 헤이즐이 필사적으로 칼립소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칼립소가 헤이즐의 젖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그녀의 뺨을 입술로 더듬었다.

“내 꽃이 하고 싶다면 최고로 성대하게 해줄 수 있어. 그러니까 말만 해, 헤이즐. 늘 이야기하잖아.”
귓가에 퍼붓는 칼립소의 달콤한 목소리에 헤이즐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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