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왔을 땐 이미 늦었다

2021년 11월 / 라엘리아
 
 

황제의 사생아, 이름뿐인 황녀였던 나는 전쟁영웅이었던 당신과 팔려가듯 결혼했다.
당신은 내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기분이 무엇인지 또한 알려주었다.
당신이 나를 대한 것이 복수심에서 우러나온 거짓된 행동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여자가 저택에서 당신을 꼭 닮은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여자가 나를 죽이려고 들었음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당신을 봤을 때,
나는 깨달았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더 이상 남들에게 힘없이 휘둘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아실라…….”
“제발, 제발 돌아와 줄 수는 없겠느냐……?”

내가 죽을 것같이 괴로웠을 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 우습고도 절박한 모습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이 왔을 땐 이미 늦었다.

라엘리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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