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날, 꽃이 피는

25회 전격 소설 대상심사위원 장려상 수상작

주인공인 ‘호즈미’는 심장 이식을 받고 나서부터 어떤 한 소녀가 되는 꿈을 꾼다.
그에게는 그 소녀와 함께하는 꿈이 삶의 원동력이자 살아가는 이유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아이카’는 그가 자신에게 온 것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찾아오는 그의 존재감을 느끼며 설레한다.

그러다 문득 그는 궁금해진다.
그녀는 왜 죽은 걸까? 어쩌다 죽게 된 걸까?
그 사실을 알기 위해 꿈에서 본 풍경을 토대로 기억을 더듬어 그녀의 집을 찾아가는데…….

아오미노 하이 저 / 주승현 역 / 2023년 04월 / 15,000원

나는 잠들면 가끔 그녀의 순간이 보인다.
그녀가 보는 것을 보고 만지는 것을 느끼고 듣는 것을 듣는다.
13살 때 심장 이식을 받고 난 후 모르는 소녀가 되어 넓은 초원을 뛰어다니는 꿈을 꾸었다.
그 뒤로 그녀의 기억을 체험하며 성장해 나갔다.
그녀의 밝고 쾌활한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바라보기만 할 뿐 닿을 수 없는 마음이다.
그러나 어느 날 꿈속의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데…….

 

– 제1장 두 사람의, 첫사랑
– 제2장 바꾸는, 미래
– 제3장 사라지지 않는, 약속
– 제4장 만나는 날, 꽃이 피는

 


[책속으로]

모르는 소녀가 되는 꿈은 그 후에도 가끔 꾸었다. 꿈을 꿀 때마다 소녀는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눈을 뜨면 언제나 울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신기한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차츰 그것을 왼쪽 가슴에서 부드럽게 고동치는 누군가의 심장이 지닌 기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중략)
꿈에서 보는 광경은 내게 옮겨져 지금 나를 살려주고 있는 심장의 원래 주인이 가진 기억. 어떠한 이유로 젊은 나이에 죽은 그 아름다운 소녀의 반짝이는 추억.
그 꿈과 그녀의 존재는 나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되었다.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닿을 수도 없다.
그건 너무나도 투명하며,
너무나도 잔혹한,
첫사랑, 이었다.—p.22

그녀의 꿈에서 깨고 나서 울지 않았던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나는 놀랐다.
이 꿈은 정말로 아이카의 기억인 걸까. 아니면 전부 내 망상이 만들어 낸 환상인 건가. 그것도 아니면 조금 전 꿈의 마지막 부분에만 내 기억이 섞여든 건가.
――어째서, 아이카의 세상에 호시노 선생님이 등장하는 것인가.
아니, 생각해 볼 것까지도 없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녀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호시노 선생님이 부임했던 적이 잇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건 내게는 한 줄기 광명이었다. 이 심장 이외의, 아이카와의 첫 연결 고리다.
긴장인 기쁨인지 불안인지 잘 모를 감정으로 그녀한테서 받은 심장이 크게 고동치고 잇는 것을 느끼며 나는 튀어 오르는 것처럼 이불에서 벌떡 일어났다.—p. 43

너를, 만나고 싶어. 언젠가, 만나고 싶어. 하지만――
‘아니…… 엄청, 머니까, 어려울 거야.’
“그렇구나. 아쉽네……. 그럼, 그러면 말이야.”
그녀의 심장이 괴로울 정도로 빠르게 울리고 있다.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줄곧 내 안에서 너를 따뜻하게 느꼈는데, 어째서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있었던 거야?”
가슴에 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고동은 너의 심장과 연결되어서 너한테도 들리고 있는 걸까. 나한테 네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건――
‘그건, 내가, 너를――’—p. 86

 

 

아오미노 하이

니가타현 출신, 치바현 거주.
제25회 전격소설대상 ≪심사위원 장려상≫을 수상하여 본 작품으로 데뷔.
섬세하며 정성스러운 필치는 심사위원들에게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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