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가 없는 것을 빚어내어 독자의 손에 쥐어주는 작가 전민희의 장편소설
일본, 대만, 중국 등 해외 각지에서 『세월의 돌』과 『룬의 아이들』을 히트시켜 한국의 대표하는 장르문학가로 손꼽히는 작가 전민희.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대중적인 코드를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는 『태양의 탑』은 작가 특유의 탄탄한 구성과 힘있는 문장이 잘 드러나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태양의 탑』은 작가의 출세작 『세월의 돌』과 함께 〈아룬드 연대기〉의 한 축을 이루는 작품으로 책력에서 별자리의 기원까지 완벽하게 구성된 〈아룬드 연대기〉의 세계를 사랑하는 열혈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주드마린은 대담한 신하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자는 종종 묘하게 불편한 곳을 건드리곤 했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렇듯 폐하께서 탁견이시니 아뢰는 소신이 참으로 보람되옵니다. 원컨대 그런 불경한 자들조차 폐하의 성지를 우러러보고 외경의 마음을 갖도록 완미한 자들을 일으킬 동기를 내려주옵소서.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도록, 뒤따르지 않을 수 없도록, 나아갈 수 있을 뿐 한 발짝 뒤에도 파멸만이 있음을 일깨울 극한의 상황을 내려주옵소서. 늙은 말을 달리게 하려면…….”
일츠의 검은 눈이 빛났다.
“쉴 새 없이 채찍을 휘두르며 몰아대는 수밖에 없사옵니다.”
“그러다가 말이 죽으면?”
여전한 빛과 함께, 미소가 나타났다.
“그리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지요.”
음흉함이나 간사함과 거리가 먼 저 미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속았던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