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2033 유니버스: 지하의 노래(상)

<메트로 2033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러시아의 고도(古都) 페테르부르그 지하에 전쟁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메트로 2033 유니버스, 그 세 번째 이야기!

 
 
쉬문 브로첵 저/2015년 12월/320p/10,000원

메트로 2033 유니버스, 그 세 번째 이야기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고도(古都) 페테르부르그. 그 지하에 건설된 광대한 메트로에서 전쟁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바실리섬 역의 수색대장 이반은 모스크바 메트로에 사는 사람들조차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시련과 모험을 겪는다. 위험과 환상이 공존하는 매혹적인 페테르부르그 메트로가 지금 눈앞에 펼쳐진다!

<메트로 2033 유니버스>는 『메트로 2033』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핵전쟁 후 폐허가 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여러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설 시리즈다. 소설과 게임으로 확장된 이 매력적인 세계관은 새로운 작가들에게 끝없는 영감을 제공하며 그 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출판사 리뷰]

<메트로 2033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러시아의 고도(古都) 페테르부르그 지하에 전쟁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핵전쟁이 벌어진 뒤 지상은 황폐해지고 지하로 내몰린 사람들은 메트로에 모여 살게 된 세상.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 페테르부르그의 광대한 메트로에 사는 이들은 모스크바 메트로와 마찬가지로 역마다 작은 국가를 만들었다. 바실리섬 역의 수색대장 이반은 연인에게 줄 선물을 구하기 위해 폐쇄된 역에 갔다가 돌연변이와 만나 사투를 벌인다. 그때 얻은 상처는 끊임없이 이반을 괴롭히고, 그가 바실리섬 역으로 돌아오자 역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기를 누군가가 훔쳐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사건의 주범으로 모스크바에서 온 이민자들이 지목되자 바실리섬 역을 비롯한 프리모르스크 동맹은 이민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이반은 전쟁의 최전선에 서서 이방인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하지만 숭고한 대의는 이내 추악한 승리로 전락하고, 이반은 자신을 둘러싼 음모 앞에서 인생을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페테르부르그는 표트르 대제가 1703년 건립한 이래 제정 러시아의 오랜 수도이자 당시 러시아에서 가장 근대적인 도시로 손꼽혔다. 1924년 레닌 사후에 레닌그라드로 명칭이 바뀌었고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다시 상트페테르부르그로 불린다. 파란만장한 러시아 근대사의 한복판에 선 이 도시는, 끊임없이 확장을 거듭하는 <메트로 2033 유니버스>의 주 무대가 되었다. 구소련 시기에 세워지고 증축된 페테르부르그 메트로는 핵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생존자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었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지상에서 벌였던 잔혹한 전쟁을 또 다시 반복한다.

저자 쉬문 브로첵은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극적인 사건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직시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하의 노래』는 빠르고 흥미진진한 전개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포개지면서 <메트로 2033 유니버스>의 세계를 더욱 확장시키는 작품이다. 소설은 싱어송라이터 톰 웨이츠의 블루스를 배경으로 암울하면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핵전쟁 이후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책 속으로]

이반은 철창에 이마를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녹슬고 차가운 철창의 한기가 온몸에 퍼지면서 엄청난 일이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이반이 몸을 바르르 떨자 기름칠하지 않은 철창도 덩달아 삐걱거렸다. 이반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누가 어떻게 이런 짓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일단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놈들은 바실리섬 역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훔쳤다. 발전기는 역의 보물이자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다. 바실리섬 역에서는 낮에 발전기를 이용하여 조명을 밝히고, 낮 동안 충전된 축전지를 이용하여 야간조명을 밝혔다. 아직까지는 야간조명이 꺼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야간조명을 그대로 밝혀두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도 상황을 깨닫고 동요하기 시작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불을 밝히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바실리섬 역 사람들은 고통받게 될 것이다. 농장의 당근, 배추 등 온갖 채소들도 더 이상 재배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비타민 공급원이던 채소들을 섭취하지 못하면 기근은 물론이고 괴혈병과 아이들의 구루병이 발생할 것이다.
말 그대로 재앙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사조노프는 놈들을 뒤쫓아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놈들을 붙잡았다면 디젤발전기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순간 이반은 새벽녘에 총을 해체한 채로 잠들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필이면 이런 때 총을 조립해두지 않았다는 걸 후회했다.
이반 주변의 사람들은 바퀴벌레처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것 좀 보세요!”
누군가 소리쳤다.
“뭐야? 무슨 일이야?”
역의 경찰들이 디젤발전실로 뛰어들어 갔다. 가끔 경찰들은 설레발을 치며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보안체계가 뚫렸어! 이런 제길! 어떻게 이런 일이!”
경찰들의 아우성치는 목소리가 한데 뒤섞이면서 귀가 웅웅거렸다. 이반은 다친 갈비뼈가 벽에 닿지 않도록 팔꿈치로 지탱하며 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쪽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사건현장을 조사하는 것은 이반의 일이 아니긴 했다. 이반이 이끄는 수색대원들의 임무는 적군의 영역을 습격하는 것이었다. 그곳이 다른 역이든 지상의 파괴된 도시이든 상관없었다. 누가 디젤발전실을 지키고 있었는지, 어째서 보안체계가 뚫렸는지 판가름하는 것은 이반과 수색대원들의 일이 아니었다.
“이것 좀 보세요!”
누군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이반은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섰다. 발전실 한쪽 구석에 경찰관이 서 있었다. 그는 이반이 돌아다보자 무릎을 굽히고 바닥에 깔려 있던 방수포를 걷었다. 바닥에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반은 아픈 다리를 이끌며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이반은 알 수 없는 그림을 내려다보며 의아해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미하일이 소리쳤다.
“대장님!”
이반은 여전히 그림을 응시하며 미하일에게 말했다.
“누가 예술작품이라도 그려놓은 건가?”
그러자 미하일은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장님, 이건 예술이 아니라 살인입니다…….”
이반은 천천히 미하일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뭐? 지금 농담하는 건가?” — 본문 중에서

쉬문 브로첵 저

쉬문 브로첵
쉬문 브로첵의 『지하의 노래』는 『메트로 2033』의 저자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로부터 “여태껏 독자가 상상하지 못했던 페테르부르그를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주었으며, 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그는 2006년 출간된 옴니버스 소설 『중사에게는 아무도 전화를 걸지 않았다』로 황금지팡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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